본문 바로가기

여 행 장 편/짧 은 여 행

TOKYO 03 - 긴자 아코메야 / 아사쿠사 와이어드 호텔 / 분카 호스텔 사케


도쿄 여행 4일차. 

오늘은 숙소를 옮기는 날이다. 숙소 하나 예약하는 것도 귀찮아서 떠나기 직전이 되서야 겨우 하는 우리가 여행 중에 숙소를 옮기다니! 캐리어를 챙기는 귀찮음과 새 숙소에 대한 기대로 시작 된 하루. 



열심히, 대충 챙긴 캐리어는 잠시 호텔에 맡겨두고 우리는 긴자로. 










귀여운 패키지





더 귀여운 시식용 주먹밥 



@ 아코메야 도쿄 (アコメヤ トウキョウ)


긴자에 온 이유는 쌀 가게 아코메야에서 밥을 먹기 위해서다.  쌀에 대한 모든 것을 판매하는 '아코메아'. 이 곳에서는 좋은 쌀로 갓 지은 밥과 밥에 어울리는 반찬으로 구성된 식사도 가능하다고 하여 이 곳에서 오늘의 점심을 먹기로 했다. 점심시간쯤 왔더니 웨이팅이 1시간 20분 정도. 웨이팅 리스트이 이름을 써 두고 본격적으로 매장을 둘러봤다. 


'쌀 가게'라길래 지역 특산물을 파는 농수산물 가게의 깔끔한 버전 정도로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다양한 품종의 쌀과 쌀밥에 어울리는 각종 반찬과 식재료, 정갈한 그릇, 차와 다기, 도시락, 욕실 용품까지. 밥을 즐기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잘 선별하여 소개하고 판매하고 있었는데  '여기서는 뭘 사도 괜찮겠구나.' 무한 신뢰가 생기는 곳이었다. (예쁜 게 많았다는 이야기) 한번 먹어 보고 싶은 값비싼 쌀, 귀여운 패키지에 담긴 낯선 식재료 등 욕심나는 게 많았지만 결국 구매한 건 후리가케와 얼그레이 티, 그리고 아코메야 에코백 정도. 내가 요리에 더 관심이 있었다면 혹은 일본어를 조금이라도 읽을 수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던 곳. 



한차례 쇼핑을 끝내고 돌아오니 이제 곧 우리 차례였다. 좋은 쌀로 잘 지은 밥은 어떤 맛일까. 










정갈한 분위기의 식당. 관광객이 많을 줄 알았는데 현지인들이 더 많았다. 테이블 마다 놓여 있는 가방 바구니, 벽에 붙어 있는 옷걸이용 후크 같은 작은 디테일들이 좋았다.






아코메아 주방의 메뉴는 일본 가정식 한가지로 쌀은 한 달, 반찬들은 일주일 주기로 바뀐다. 가격은 부가세를 포함하여 우리 돈으로 2만 5천원 정도. (2.315엔 + 부가세) 사케 혹은 맥주, 디저트 메뉴도 준비되어 있다. 윤언니는 사케, 나는 생맥주를 추가로 주문했는데 이번에도 역시 윤언니의 사케가 더 맛있었다. 앞으로 여행가면 무조건 언니랑 같은 걸 주문해야겠다. 


아코메야의 가정식은 아스파라거스 스프를 시작으로 계란찜, 스시, 마, 생선튀김 등등 익숙한 음식 반, 생소한 음식 반으로 채워져있었다. 선뜻 젓가락이 가지 않는 낯선 음식들이 많았지만, 이런 음식을 잘 먹는 게 나의 로망 중 하나니까, 열심히 먹어보기로 한다.  쌀밥에 잘 어울리는 메뉴라고 해서 우리나라 젓갈 같은 메뉴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심심하지도 않아서 기분 좋게 먹을 수 있는 작고 귀여운 음식들이었다.  예전에는 자극적인 맛 말고는 몰랐는데 나이가 들면서는 속이 편한 음식의 맛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물론 알아간다고 해서 좋아졌다는 건 아니다.) 


 



가장 기대했던 쌀밥! 윤기가 흐르는 갓 지은 쌀밥은 기대 만큼 특별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일반 식당이나 우리집 쿠쿠가 한 밥 보다는 확실히 맛있었다. 맛집으로 찾아가기에는 아쉬움이 있을 수 있지만, 아코메야를 경험하기에는 충분한 곳이었다. 언젠가 일본 가정식 요리를 배워 집에서도 이렇게 소담하고 정갈하게 끼니를 챙겨 먹어보고 싶다는 로망도 하나 추가. 





다음에 프로 살림꾼이 되면 또 와보고 싶은 아코메야. 






긴자에서 한조몬으로 돌아와 캐리어를 챙겨 다음 숙소가 있는 '아사쿠사'로 이동. 




역에서 숙소로 걸어가는 길에 만난 산책 중인 네코짱. 







@ 와이어드 호텔 도쿄 ( WIRED HOTEL ASAKUSA )


도쿄에서 마지막 밤을 보낼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왜 윤언니가 이 곳에 오고 싶어했는지 바로 이해가 되었다. 전체적인 인테리어는 물론이고 작은 것 하나 하나도 세심하게 신경쓴 게 느껴졌다. 고급스러움보다는 신선하고 감각적인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알고보니 ACE HOTEL과 콜라보한 곳이라고 한다. 역시. 언니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작은 공연도 하고 조식도 먹고 웰컴 드링크도 마시고 술도 마실 수 있는 로비 한 켠의 카페. 




마음 가는 곳을 하나씩 골라 만드는 나만의 1 MILE GUIDE BOOK. 소개해주는 장소나 아이템 보다는 아이디어가 너무 귀여워서 한참을 구경했다.





여태 일본에서 묵었던 호텔 중 제일 넓은 공간과 큰 창을 가진 호텔.











체크인을 하며 직원에게 혹시 근처에 갈 만한 오꼬노미야끼 집이 있냐고 물어봤더니, 이렇게 귀엽게 구글맵을 프린트를 해 봉투에 고이 담아 주셨다. 종이지도라 현재위치를 알 수 없어 길 찾기에는 조금 불편했지만 덕분에 친절한 일본인 아저씨도 만나고, 귀여운 센스에 기분 좋았던 저녁이었다. 






기분 좋은 식사 후, 호텔로 돌아가는 길. 식당과 호텔 사이의 커다란 신사에 들렀다.  





그리고 신사에서 뽑은 올해의 운세. 서른살인 나에게 30번의 막대기가 나타나 엄청난 행운이군!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커다란 나무위에 앉아서 쉬고 있는 늙은 두루미. 밤에 화살을 쏴봤자 아무 것도 맞출 수 없다.' 커다란 바쿠왕의 그늘 아래에서 편하게 백수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나를 말하는건가,, 그렇다면 이 집은 운세 맛집.





재미로 본 운세에 뜻하지 않게 뼈를 맞고 놀란 마음을 달래며 걸어가는 길. 놀란 마음에도 귀여운게 최고. 






마지막 밤을 그냥 보내기 아쉬워 숙소 근처 사케집에 들렀다. 분카 호스텔 로비에 자리잡은 사케집. 사실 이 호스텔도 언니가 묵고 싶었던 숙소 중 하나였다. 





바닥과 벽에 자잘하게 붙어 있는 타일을 보고 놀래서 바쿠왕에게 보냈더니 사진만 봐도 힘들다고 그만 보내라고 했다. 






사케를 잘 모르는 우리는 세 가지의 사케를 한 잔씩 맛 볼 수 있는 사케 샘플러를 주문했다. 사케는 자리에서 간단한 설명과 함께 따라주었다. 사케의 패키지를 프린트한 손톱만한 이미지를 잔 앞에 놓아두는 센스도 잊지 않았다, 야빠리 니혼! 저마다 향을 가진 사케 한 잔에 뜨끈한 국물을 나눠 마시며 훈훈하게 마무리하는 여행의 마지막 밤. 바로 옆 테이블에서는 이 호스텔에서 묵는 여행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호스텔이라 그런지 확실히 젊은 친구들이 많았다. 성별도 국적도 다른 그들의 목소리와 표정에서 여행에 대한 설렘과 만남에 대한 기대가 느껴졌다. 우리도 분 명 이 곳을 여행 중인데 우리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설렘과 기대의 에너지. 우리와 그들의 여행은 딱 우리가 마신 따뜻한 사케와 그들이 마시는 차가운 캔맥주의 온도차만큼 달랐던 것 같다. 




괜히 늙은이가 된 마음으로 돌아온 숙소. 라디오를 들으며 여행 일기를 썼다. 마침 바쿠왕과 내가 좋아하는 디제이가 시간대를 옮겨 라디오를 진행 중이길래 반가운 마음을 담아 사연을 보냈고 좋아하는 목소리로 우리의 여행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낯선 나라에서 좋아하는 목소리로 듣는 우리의 사연이라니. 훈훈한 여행의 마지막 밤이다. 














다음 날 아침, 나의 오랜 로망을 위해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 





일본에서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자전거 타기. 호텔에서 빌려주는 자전거를 타고 호텔 주변을 달렸다. 출근 중인 일본인들 사이를 달리는 한국의 백수. 




자전거 타고 가다 만난 귀여움. 







짧고 굵게 아침 산책을 마치고 윤언니를 만나 아침을 먹으러 갔다. 주방을 중심으로 동그랗게 만들어진 바테이블에는 파란 하와이안 셔츠를 입은 할아버지, 담배를 피며 늇를 보는 할아버지,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읽는 할머니가 차례로 앉아계셨다. 우리를 제외한 손님들의 평균 연령이 60은 거뜬히 넘어 보이는 이 곳. 스마트폰 같은거 들고 사진 찍는 건 나 밖에 없는 카페라니.  갑자기 일본 드라마 혹은 소설 속으로 훅 들어온 기분이다. 






따뜻하게 데운 잔에 따라주시는 블랙 커피와 우유를 끓여서 만들어 주신 핫초코 그리고 달걀과 햄이 들어간 샌드위치. 도쿄에서 먹은 것 중에 제일 맛있었던 식사. 다음에 도쿄에 오면 꼭 아사쿠사 근처에 숙소를 잡고 매일 아침을 이 곳에서 시작해야지. 





행복한 아침 식사 덕분에 더 좋아진 숙소.지만 이제 집으로 갈 시간. 





캐리어를 들고 낑낑 대며 계단을 오르내리다가 본 일본스러운 풍경! 엄청 더운 날이라 그런지 마리오들 표정이 하나같이 다 어두웠다. (그래도 귀여워,,)







공항으로 가는 길에는 전철? 기차?를 잘못타는 바람에 카운터 마감 3분전에 겨우 공항에 도착했다. 휴. 그 와중에 엔화 털어서 로이스 초콜릿도 사고. 아마 우리 여행에서 제일 바쁘고 정신 없는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5일만에 만난 박공룡과 바쿠왕을 끝으로 4박 5일 도쿄 여행 끝. 예전에는 여행하면 카메라 세개씩 들고 다니며 사진을 많이도 찍었는데 이번에는 디카도 없이 가서 폰으로 찍은 이 사진들이 전부다. 날이 갈 수록 사진에 무심해지는 내가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하고.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