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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상 단 편/깨끗하고 밝은 집

26평 아파트 셀프 인테리어 2 / 무엇을, 어떻게 그리고 왜 - 인테리어 계획서 작성

"우리 어디어디 고쳐야하지?" 

"전부 다 뜯고 새로 해야지"

...?

 

'우리 돈 있어?' 

 

 

지난 20년간 도배와 장판만 교체하며 버텨온 집에는 남겨둘 만한 게 없었다. 주방부터 욕실, 샷시까지 몽땅 뜯기로 했다. '다 뜯고 새로 한다'는 게 '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아니었다. 시공 범위가 넓어진만큼 돈 들어갈 곳은 많아졌고 그만큼 내 선택권은 줄어들었다. 본격적으로 아파트 셀프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하기에 앞서 남편은 어디를 고쳐야할지 <인테리어 계획서>를 작성하고 나는 어떻게 바꿔야할지 <인테리어 레퍼런스>를 수집하는 시간을 가졌다.

 

 

1. 인테리어 계획서

인테리어 공사 및 작업 리스트를 작성했다. 무엇을 해야하는지 쭉 써두고, 어떻게 할 지를 채워나갔다. 이미 정해진 건 정해진대로 쓰고 고민 중인건 고민하는 내용을 써 두고 하나씩 결정했다. 인테리어 계획서라기 보다는 해야할 일을 확인하는 체크리스트에 가까웠다. 시공이나 공정에 굵직한 틀을 정해두고 업체 컨택, 자재 선택을 했다.

 

* 네이버 셀프인테리어 카페에서는 보통 공간이 아닌 목공, 전기, 페인트 등 공정별로 정리를 하던데 업체 컨택이나 시공 시에는 그게 더 편할 것 같다. 네이버 셀프인테리어 혼자하는 집수리 https://cafe.naver.com/overseer  

 

 

2. 레퍼런스 찾기 

평소 공간에 관심이 많아 핀터레스트와 인스타그램에 저장해 둔 인테리어 이미지가 이미 한가득있었다. (물론 그 중에 26평짜리 평범한 한국 아파트에 어울리는 인테리어에 도움이 될 만한 이미지는 거의 없다) 마음에 드는 이미지를 공간별로 모아두고 좋았던 그 이유에 대해 하나씩 코멘트를 달았다. 그 중 비슷한 포인트들을 묶어 정리했더니 위와 같은 이미지들만 남았다. 

차가움보다는 따뜻함,화려함보다 단조로움, 유채색보다 무채색, 블랙보다는 화이트, 스틸보다는 우드.

딱 떨어지는 깔끔한 주방, 작은 협탁과 식물 그리고 매트리스만 있는 침실 등 비슷한 느낌의 이미지들을 보고 있으니 내 취향, 그리고 인테리어의 방향이 조금씩 잡히는 듯 했다.

 

 

 

3. 그래서 어떤 집에 살고 싶은데? 

 

현실적인 인테리어 계획서도 썼고, 이상적인 레퍼런스도 잔뜩 봤다. 그래도 영 진도가 안나간다. 뭐가 문제일까. 혼자 앉아 고민도 하고 남편에게 짜증도 내고 닥달도 해보았지만 답이 안 나왔다. 공사 일정은 다가오고 해야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데 왜 아무것도 선택하고 결정할 수 없는걸까?

정답은 간단했다. '우리'와 '왜'가 빠졌기 때문이었다. 무엇을, 어떻게에 앞서 '왜' 그렇게 해야하는지가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인테리어 업체는 고객 미팅 때 '주말엔 뭘 하며 시간을 보내세요?', '주로 요리는 누가, 언제 하나요?'. '평일 가족들 스케줄은 어떻게 되세요?' 같은 것을 먼저 물어본다고 했다. 진척없는 시공 계획서와 레퍼런스 이미지는 닫아두고 남편과 '어떤 집'에서 '뭘 하며' 살고 싶은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집에서 일 하는 아내(나)는 거실에 큰 테이블을 두고 카페에서처럼 일하고 싶었지만, 밖에서 몸 쓰며 일하는 남편은 집에 돌아오면 편하게 앉아 누워 쉬고 싶었다.

> 사실 집이 아무리 카페 같아도 카페가 더 좋을 거니까 큰 테이블은 포기하고, 거실에는 편하게 쉴 수 있는 쇼파를 두자. 대신 나를 위해 작업을 할 수 있는 책상과 공간을 만들래(?)

 

 

친구나 가족들이 종종 놀러올 수 있으니 손님방이 필요하다. 가끔은 우리도 거기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기도 하고(?)

> '시간의 방'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혼자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이자 게스트룸

 

 

침실은 침대만 있는 잠만 자는 곳이면 좋겠다는 서로 동의한 부분.  

> 안방에 있던 붙박이장을 철거하고 옷방을 따로 만들자. 너무 넓어진 안방은 더 채우지 말고 비어있으면 비어있는 대로 둘 것. 

 

 

모든 물건에는 자리가 있어야하지만 눈에는 안 띄었으면 좋겠다.   

> 앞 베란다, 주방 다용도실을 최대한 활용하기. 그리고 수납장이 더 필요하다면 지금 가지고 있는 물건을 고려해서 딱 맞는 수납장 만들기. 

 

 

이 집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둘 다 같았다. 탑층이라 상대적으로 조용했고 정남향이라 종일 해가 잘 들었다.

> 볕이 잘 드는 밝은 집이라는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으면서, 넓어보이는 화이트 컬러의 인테리어를 하자. 

 

 

그리고 언젠가(가능한 빨리) 서울로 돌아가고 싶은 남편은 나중에 집을 팔 것도 고려해서 무난하게 인테리어를 하길 바랬다. 

> 나름의 취향은 있지만 그렇다고 대단한 감각이 있는 건 아니다. 어차피 기본 중에 기본으로만 할거니까 당연히 가능.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 미래 계획(?)까지 이야기하고 나니 알아봐야할 것, 해야할 일들이 또렷해졌다. 그동안 함께 여행하며 에어비앤비에서 묵었던 경험도 꽤 도움이 되었다. 무엇을, 어떻게까지만 이야기 했을 땐, 걱정만 가득했는데 '왜'에 대해 고민하고 나니 새로운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그려지며 조금씩 새 집이 기대 되기 시작했다. 

 

한달 뒤, 우리는 어떤 집에서 시간을 보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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