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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행 장 편/18 브리즈번 | 시드니

호주 여행 브리즈번 20 / 브리즈번 중고서점 'Archives Fine Books'



브리즈번에 도착한 첫 날, 목적지 없이 시티 구석 구석을 돌아다니다 발견한 빨간 벽돌 건물의 서점. 입구에서부터 여기는 꼭 가봐야하는 곳이구나 싶었지만 왠지 저 문을 열면 다른 세계가 펼쳐질 것 같아 감히 (혹은 괜히) 들어가지 않았다. 그 이후에도 시티에 나올 때면 종종 이 서점이 떠올랐지만 역시나 들어가지는 못했는데 브리즈번을 떠날 때가 되니 커다란 문을 열고 들어가 볼 용기가 생겼다. (용기는 너무 거창하니까 마음의 준비쯤으로 해야지) 


그렇게 용기, 아니 마음의 준비를 끝내고 들어간 서점은 예상대로 거대하고 대단하기도 했고 의외로 편안하고 아늑하기도 했다. 









1,000,000 

ONE MILLION BOOKS! 











이 커다란 책방이 포근했던 이유는 나같은 구경꾼보다 진짜 책을 사러 온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 아닐까. 교재를 사러 온 학생, 원하는 소설 책 한 권만 찾아서 바로 나가는 할아버지, 자리에 앉아 꽤 오래 책을 들여다보던 아저씨 등 구경꾼이 아니라 진짜 손님들이 있어 좋았던 이 곳. 
























영어를 좀 잘해서 이 곳의 책들이 그림이 아닌 문자로 다가왔으면 감동의 깊이가 더 깊어지지 않았을까. 예전에 누군가가 다른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심장을 하나 더 갖는 것과 같다고 했는데 그게 무슨 뜻인지 나이가 들수록, 여행을 다닐 수록 와닿고 있다. 













책장을 넘기면 종이가 바스라질 것 같은 오래 된 책들이 정-말 많았고 그 책들이 모여서 풍기는 오래된 쿰쿰한 먼지 냄새가 좋았다. 



















오래된 혹은 낡은 악보들 









책방 자체가 궁금했던 것도 있지만 사실 갖고 싶은 책이 있었다. 브리즈번에 와서야 읽어 본 <위대한 개츠비>. 혼자 찾아보려 했지만 백만권의 책 사이에서 개츠비를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얀 수염이 멋스러운 사장님께 혹시 개츠비가 있냐고 여쭤보았다. 사장님은 안경을 코끝에 걸치고 나를 한번 쓱- 쳐다보고는 입구 쪽 선반을 사다리까지 타고 올라가더니 '럭키걸!'하며 초판 커버 디자인의 <위대한 개츠비>를 꺼내주셨다. 브리즈번 와서야 관심 가지고 보게 된 개츠비라 영문 버전으로 한 권 갖고 싶었는데 이렇게 근사한 중고서점에서 초판 커버로 만나게 되니 괜히 더 애틋하다. 영문판은 지금도 못 읽고 아마 앞으로도 읽지 못할 것 같지만 그래도 오래 오래 잘 간직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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