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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 9:38

아침에 바쿠왕을 배웅해준 것 같지만 기억이 없다. 잠결에, 습관적으로 나가 잘 다녀와, 운전 조심해 등 인사를 건냈겠지. 비몽사몽한 아침의 나를 보면 바쿠왕은 무슨 생각을 할까. 문득 궁금하다. 오늘 눈과 정신이 함께 깨어난 시간은 대략 아홉시 반, 박공룡 알람이 평소보다 30분 늦었다. 어제 종일 무거운 걸 옮겼더니 온 몸이 찌뿌둥하다. 겨우 몸을 일으켜 정말 오랜만에 요가 매트를 펼쳤다. 드디어 나의 아침에 요가가 들어오는건가! 비틀기 자세가 많은 디톡스 요가 영상을 틀고 선생님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자동 재생되는 앓는 소리. 녹슨 자전거가 된 기분이다. 뻣뻣한 몸이지만 최선을 다해 선생님의 동작과 호흡을 따라했다. 30분 요가 후 10분간의 명상. 명상이 끝날때 쯤 투둑 투둑 빗방울이 떨어진다. 해가 늦게 떠서가 아니라 먹구름이 껴서 이렇게 어두웠구나. 아, 온 몸이 찌뿌둥한 이유도 어제의 짐 나르기가 아니라 날씨 때문인가,,,(우울)

요가 매트를 정리하고 어제 밤에 못다한 설거지를 하며 보리차를 끓였다. 모처럼 아침 요가를 해서인지 날씨가 흐림에도 불구하고 기분이 좋다. (는 내가 나갈 일이 없어서겠지) 오랜만에 좋아하는 노래도 들어야지. 노래 들을 일이 잘 없어 박스에 넣어놨던 무인양품 CD 플레이어를 얼마전에 청소하며 다시 꺼냈는데 눈에 보이는 곳에 두니 음악 들을 일, 아니 음악 들을 여유가 생긴다. 

간단히 아침을 먹는 동안 지난 달, 취재 다녀 온 기사의 시안이 도착했다. 25년 째 어르신들을 위해 봉사하고 계신 어르신의 이야기다. 그저 자신이 가진 시간과 재능을 다른 사람과 조금 나눌 뿐이라고 말하며 별 일 아니라는듯 웃으시던 어르신의 얼굴이 떠오른다. 나도 살면서 누군가에게 내가 가진 걸 아까워하지 않고 나눠줄 수 있을까, 아니 무언가를 20년 이상 꾸준히 할 수 있을까. 



갑자기 해가 뜨기 시작한다. 바닥이 조금 마르고 나면 공룡와 늦은 아침 산책을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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